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그 너머에 있는 관찰자와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시공간의 경계를 의미한다. 우주의 블랙홀이 가진 특성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천체여서 경계면(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들어가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다는 건, 과학을 잘 모르는 이들의 표현으로, 그 건너편과는 영영 단절된다는 의미다.
‘이재명 무죄’ 만들기 블랙홀
대북송금 사건 흠집에 총력
국민의 기억 벗어날 수 있을까
대북송금 사건 흠집에 총력
국민의 기억 벗어날 수 있을까
대중가요의 비유는 이렇게 쿨하고 낭만적이지만, 사실 사건의 지평선은 숨 막히도록 거대하고 소름 끼치게 냉혹한 개념이기도 하다. 블랙홀이라는 무한대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주적인 종속은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그런 끔찍함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서 느끼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임하는 당의 행태가 마치 사건의 지평선을 한국 사회에 만들어내려는 악다구니처럼 보여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월형을 선고받고, 사실상 공범으로서 이재명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후 민주당의 ‘천체물리학적 폭주’가 시작됐다. ‘이 대표 무죄 만들기’라는 블랙홀이 당의 모든 역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대표가 유죄일 수도 있다는 국민적 의심이 사라지게 하는 게 목적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낸 입장문에 그 의도가 드러났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명의의 입장문 제목은 “‘증인 회유·협박’, ‘특활비 술파티’, ‘추태 등 의혹’ 박상용 검사는 철저한 수사 대상입니다”였다.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주장의 근거는 이 전 부지사의 옥중노트와 이성윤 민주당 의원의 폭로였다. 민주당이 “박상용 검사가 나에게 빨리 협조적으로 진술을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파티를 한번 하자고 얘기했다” 등의 옥중노트 기록에 대해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해 진술을 번복시키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 한 것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와 민주당 관계자”라고 반박했다. 이성윤 의원은 2019년 울산지검 1층 간부 식당에서 검사들이 특활비로 구입한 술을 만취가 될 정도로 마셨고, 폭음으로 인해 검사들 간에 구타 행위가 벌어졌으며, 다음 날 아침 민원실과 화장실 등에 대량의 분변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태에 박 검사가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경기도를 향해서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보고서를 주지 않았다며 “검찰을 돕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도는 “수사·재판 중인 자료는 국민의힘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에 걸림돌이 되는 검사, 판사, 지자체, 언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국민 눈앞에서 관찰된 일들이 과연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