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문화선임기자
그리고 지난달 국내 미술계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오는 8월 22일부터 뉴욕 티나킴갤러리에서 이신자 개인전이 열립니다. 미술계 주류 매체에서 소외됐지만, 남들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 쉼 없이 작업해온 작가가 이룬 귀한 성취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8월 4일까지) 전시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이신자 작가처럼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예술가가 많았다는 것을 새삼 돌아보게 합니다. 자수는 정해진 밑그림에 여성들의 반복적인 손동작으로 만들어져 창의성이 불필요한 영역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를 보고 나면 그게 얼마나 단순한 구분법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송정인, 벽걸이, 1967, 마대에 염색, 자수, 182x320㎝. 작가 소장. 전위적인 추상 자수를 실험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바탕 천에 천 조각을 붙이고, 다양한 실로 수를 놓았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가무형문화유산 자수장 한상수(1932~2016)가 전통을 재창안한 ‘궁중자수꽃담문’(1987), 최유현(87) 자수장이 이수자들과 10년에 걸쳐 완성한 ‘팔상도’(1987~1997)는 남다른 규모와 섬세한 묘사로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이밖에 윤봉숙(?~1947), 엄정윤(96), 송정인(87), 손인숙(74) 등 기억하고 싶은 이름이 그곳에 수두룩합니다.
이장봉, 파도, 1995, 유족 소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손인숙, 이화, 1995, 작가 소장.[사진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