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윤 대통령의 격노설부터 물고 늘어졌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격노한 뒤 군 내부 조사 보고서에 포함됐던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가 빠진 채 경찰로 이첩되는 등 외압이 가해졌다고 보고 있다. 당시 회의에 배석했던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저희 앞에서 화낸 적이 없다.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이 없다”며 격노설 자체를 부인했다. 고 의원이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걸 들은 적이 있느냐”고 재차 묻자 “들은 적이 없고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순직 해병대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제가 부임한 지 두 달 됐는데 격노설이나 진노설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명함앱으로 검색해보니 02-800에 7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직원분들의 성함과 내선 번호가 버젓이 공개되어 있다. 답변을 회피 말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그날 회의 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오간 수백 차례의 통화와 문자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한 총 265건의 통화와 문자. 8월 1일 단 하루에 118건의 통화와 문자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대통령실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통령실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진 않았다. 정 실장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외압은 실체가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 전언의 전언을 통해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병대원 사건의 본질은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거부한 것에 대해선 “야당만의 추천으로 이뤄진 특검 임명 절차는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미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임기 중 660회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공방도 오갔는데, 정 실장이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말하자 임 의원은 “거절했으면 될 일로 김 여사가 거절하지 않고 명품백을 받은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명품백의 보관 장소를 묻는 질의엔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청사 내에 보관 중”이라고 답했다. 정 실장은 또한 천 의원이 “원론적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에 찬성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격노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을 배신자로 여기고 있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도 답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며 회의가 수차례 정회됐다. 회의 시작 뒤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국회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이 업무보고를 했는데 현황 자료가 없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을 몰아붙이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갑질”이라며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이 “민주당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회의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지목하며 “입을 닫으세요”라고 말하며 여야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