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쇼 코지가 지난해 5월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퍼펙트 데이즈'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베를린 천사의 시’(1987) ‘파리, 텍사스’(1984) 등의 독일 거장 빔 벤더스(78) 감독이 일본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제안 받아, 세계적 건축가들이 개축한 도쿄 시부야 지역 공중화장실 17곳에서 단 17일 간 촬영해 완성했다.
칸서 눈물 터졌다, 화장실 청소부의 충만한 삶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뜻하는 일본말 ‘코모레비(木漏れ日)’가 바로 이 영화의 주제다. 한때 시궁창 같던 히라야마의 삶에 기적처럼 비쳐든 ‘코모레비’의 형상이 그를 구한다. 히라야마는 단순하고 소박한 인생을,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청소부가 된다.
배우 야쿠쇼 코지가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과 충만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AP=연합뉴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주연
칸 남우주연상 야쿠쇼 코지
화장실 청소부 소박한 삶에
칸 관객 눈물 "영화의 깊이 경험"
‘쉘 위 댄스’ ‘실낙원’의 그…일본 안성기
영화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올려다보는 순간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삶을 밝혀주는 작은 의식처럼 그려진다. 작은 나무 분재 여러 개를 키우는 그는 책도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 코다 아야의 『나무』같은 제목의 책만 읽는다. 사진 티캐스트
e메일로 만난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에 대해 “한 영화의 깊이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준 경험이었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배우 인생을 이어나갈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가 경험해”
작품 촬영 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게 “우리 좀 더 친해집시다”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야쿠쇼 코지. 대사가 거의 없는 연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히라야마는 독서가다. 많은 말을 품고 있지만, 섣불리 대화로 이어지는 걸 성가셔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히라야마의 군더더기 없는 몸짓에 대해선 “조카딸이 등장하기 전, 히라야마의 청소일과 생활에는 물 흐르는 듯한 리듬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코모레비’를 바라보는 모습을 포함해서”라고 설명했다.
청소부에게 청소일 배워..."공중화장실 청소는 아름다운 일"
한 공중 화장실에서 익명의 상대와 낙서 쪽지를 주고받는 장면도 나온다. 야쿠쇼 코지는 “히라야마가 유별난 수도승 같은 남자가 아니라 유머러스함과 다정함을 두로 갖춘 인물임을 보여주는 도구”라 설명했다. 사진 티캐스트
데뷔 전 공무원 생활, 예명 뜻도 ‘구청’
스무 살에 명배우 나카다이 다츠야가 주연한 연극 ‘밑바닥에서’를 보고 감명 받아,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야쿠쇼’란 예명도 구청(役所‧야쿠쇼) 직원에서 배역(役‧야쿠)이 넓어진다는 의미로 나카다이가 지어준 것이다.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거든.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야쿠쇼 코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대사다. 사진 티캐스트
지난해 10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6회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빔 벤더스 감독(가운데)이 '퍼펙트 데이즈'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히라야마는 매일이 ‘퍼펙트 데이(Perfect Day)’, 완벽한 하루라 여기며 살아간다. 이런 연기를 한 날은 배우에게도 완벽한 하루가 아니었을까. 그는 “배우로 살아가는 한 완벽한 하루란 것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완벽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아요. 배우 은퇴를 할 때까지 아등바등 몸부림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