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 IT산업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응답자들이 뽑은 ‘미국에 오고 싶은 이유’ 1위는 ‘새로운 도전’(43명)이었다. ‘높은 연봉’(35명), ‘한국이 싫어서’(15명)가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 일하기 싫은 이유’ 1위는 ‘암울한 미래’(33명)가 차지했다. ‘커리어 한계’(28명), ‘낮은 몸값’(26명), ‘꼰대 문화’(15명)란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정확한 성과 평가와 보상, 성장 기회가 한국에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내 커리어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이 유튜버는 “삼성보다 퀄컴에서 일할 때 근무시간, 업무량이 더 많았다”면서 “다만 출퇴근이 자유롭다.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끝나고 데려온 뒤 다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밤늦게나 주말에만 아이들을 봤는데 미국에선 더 자주 본다. 근무시간은 길어도 워라벨은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실리콘밸리 출장에서 만난 한국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미국도 한국처럼 입시 등 경쟁이 있지만, 경쟁 강도와 밀도가 다르다” “열심히 일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더 많은 도전 기회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DS 부문은 하반기 ‘일의 미래’를 주제로 사내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일하는 문화를 배우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연사를 찾고 있다고 한다. 출산·교육·과학 기술·산업 정책을 짜는 정부는 이공계 핵심 인재들이 떠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보상 때문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육아 환경, 가족과 함께 하는 삶, 엔지니어 지원과 대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