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은 지난 26일 '한국의 보물들' 전시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논의하는 국제 간담회를 열었다. 마이클 고반 관장의 마무리 발언을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앞줄 오른쪽부터), LACMA 보존담당 소코 후루하타 등 참석자들이 듣고 있다. 사진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국의 보물들' 전시를 준비한 LACMA의 스티픈 리틀 아시아미술부장이 박수근 그림 뒷면의 캔버스 상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LACMA '한국의 보물들' 출품 박수근ㆍ이중섭 그림 위작
박수근의 '와이키키'(1960년대 초반)라는 제목으로 LACMA에서 전시중인 유화. [중앙포토]
전시장에서 전문가 불러 국제 회의…초유의 일
이중섭 카탈로그 레조네(전작 도록)에 수록된 '장대놀이 하는 아이들'. 2017년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됐다. 사진 서울옥션
LACMA에 "1950년대 초반 이중섭이 타일에 그린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시된 그림. '장대놀이 하는 아이들'을 같은 크기 타일에 베끼는 과정에서 세로 방향이던 그림이 가로가 됐고, 서명도 없어졌다. [중앙포토]
김영옥 기자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황소를 타는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LACMA에 전시된 그림과 이중섭의 소 그림 속 눈 표현을 대조해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LACMA 리틀 부장이 “박수근 그림의 캔버스 뒷면에 1963년 이전 뉴욕ㆍLA의 미술재료상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하자 홍 교수는 “이 시기 캔버스라고 박수근 그림이 되는 건 아니다. 작가 고유의 양식과 기법에 비하면 재료의 시기는 부차적 요소"라고 반박했다.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라는 제목으로 LACMA에 전시된 그림. [중앙포토]
박수근ㆍ이중섭만 문제 아냐…A급 작품 하나 없는 ‘한국의 보물들’
LACMA 전시작 이인문의 '폭포를 바라보는 이백'. 산수와 인물 표현도 조선 후기 화원화가 이인문의 것과 거리가 있지만, 위쪽 가운데 '충익부인'이라는 도장이 위작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사진 LACMA
또 한국의 도자 전문가 5명과 분석한 바 12세기 청자 정병(淨甁)은 “형태만 비슷할 뿐 유약색이나 빙열(도자기 표면의 실금)이 20세기 중반 이후의 모조품”이라며, 전시된 백자 대부분을 20세기 중반 이후의 것으로 판단했다. 이 관장은 “미술품에 A~D 등급이 있다면, ‘한국의 보물들’이라는 제목의 전시에는 적어도 AㆍB급 수준의 작품이 반 이상은 포함되어야 할 텐데, A급 작품은 한 점도 없고, 대부분이 CㆍD급”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의 보물들' 전시에 나온 도자기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도자 전문가 5인과 검토한 결과 12세기 정병(맨 왼쪽)을 비롯한 도자기 대부분이 20세기 중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진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전시 준비 과정에서 한국미술 전문가들을 통해 검토하지 않았는지 묻자 리틀 부장이 “한국의 공립미술관장 A 씨에게 보여줬고,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A 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리틀 부장이 지인을 통해 '미술관을 보고 싶다'고 해 지난해 말 처음 만났고, 이 자리에서 본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근대 회화 이미지들을 보여줘서 '더 연구해 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LACMA 마이클 고반 관장은 "기증자에 대한 예우로 시작된 전시였다. 계획된 작품집 발행은 취소해야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장 입구. [중앙포토]
미 서부 최대의 공립미술관인 LACMA는 지난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체스터 장과 그의 아들 캐머런 장으로부터 회화ㆍ도자ㆍ수석 등 100점을 기증받았고, 이 중 35점을 골라 지난 2월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 전을 열었다. 전시는 30일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