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북 예천군 벌방리 곳곳에서 중장비들이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산사태 취약 지역의 75%가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선정되지 않거나, 산사태 위험구역 안에 있는 공중 시설을 주민 대피소로 지정하는 등 대피 체계도 소홀했다. 감사원은 “산사태 위험조사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예방 사업 우선순위를 임의로 지정해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기초조사 용역에 맡기고, 주먹구구식 선정”
지난 2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 산사태로 파괴된 주택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7월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일대가 토사에 파묻혔다. 김정석 기자
위험한 곳부터 진행됐어야 할 사방사업(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물길 관리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업)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산림청이 사방사업을 취약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실시해온 결과 2022년 말 기준 취약지역 2만 7766개소 중 사방사업이 실시된 곳은 25.2%(7008개소)에 그쳤다고 밝혔다. 취약지역의 75%가량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다.
대피해야 할 위험지역에 대피소 지정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대피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사태 우려 지역 내에 토사물이 쏟아질 수 있는 위험 구역은 5만 5661개소다.
23일 지난해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북 예천군 벌방리 곳곳에서 중장비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산사태 문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실상 모든 산사태를 대비할 수는 없지만,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대해서는 예방에 집중해야 하는데 산림청은 그동안 사후 대응에 집중해왔다”며 “산사태의 예방과 대응을 통합해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 “취약지역 외 피해 우려지 대피소 정비”
임상섭 산림청 차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25일 전북 완주군 산사태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