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은 최 의장이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근 고위 경영진들과 한 내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재계 관계자가 26일 전했다. SK가 오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거 원칙 없는 사업 확장으로 중복 투자와 손실 등의 문제가 나타나자 경영진의 책임을 물으며 질책한 것이다. 최 의장은 그러면서 “기업 경영의 어려운 점은 ‘마술’이라는 건 없다는 점일 것”이라며 “경영에는 A, B, C(기본 원칙)만 있을 뿐 손쉬운 선택과 요행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최 의장이 ‘원칙 없는 사업 확장’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분야는 그린·바이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3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SK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그린·바이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지만,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SK는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투자 지분 매각, 미국 버지니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 의장은 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계열사 전반의 경영 실적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최 의장이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계열사 수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개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다. 또 과거 SK의 투자 실적도 살펴보며 지분을 매각할 성과가 나쁜 투자 대상도 목록을 추리고 있다. 지난해 말 경영 2선으로 물러난 부회장 시절 추진했던 투자 건에 대해 감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도 사내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느슨해진 그룹 내 문화를 바로잡고 SKMS 정신으로 재무장하자는 메시지가 강조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 논의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사업 재편이 다뤄진다. SK 비상경영의 핵심 원인인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현재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자회사 합병 등 다른 계열사 정리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의는 1박 2일 끝장 토론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 의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하고,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 회의로 참여한다. SK 관계자는 “회의에서 구체적인 계열사 개편안이 결정되기 보다는 큰 차원의 방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