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올해 부유층 유출 세계 4위 전망
AI 및 반도체 인재 이탈 심상찮아
보상체계와 세제 등 대수술 필요
AI 및 반도체 인재 이탈 심상찮아
보상체계와 세제 등 대수술 필요
여기에 새로운 현상이 가세하고 있다. 그 하나가 부자들의 한국 엑소더스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투자 가능 유동자산 100만 달러 이상)의 순유출이 올해 1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은 세계 4위다. 한국의 부자 순유출은 2022년 400명에서 지난해 800명으로 늘더니 올해 50% 더 증가한다는 예상이다. 시진핑 체제에서 감시와 통제가 심해진 중국, 브렉시트 이후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영국이야 그렇다 쳐도 한국이 4위라는 것은 의외다(5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부자들의 속사정은 개별적이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를 비롯한 세금 부담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유층 순유입이 많은 아랍에미리트·미국·싱가포르 등은 세 부담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
미국 빅 테크 기업 오픈AI와 구글의 로고. REUTERS=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은 엄청난 보상을 앞세워 K두뇌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기술 유출과도 무관치 않다. 한 삼성전자 간부는 “퇴사 후 중국으로 가는 거야 체크라도 하지만,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으로 가는 것은 일일이 어떻게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파격적인 연봉이 첨단산업 인재들의 ‘탈한국’ 결심에 첫째 사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제도, 자율성을 찍어누르는 꼰대 문화 등도 그들의 등을 떠밀고 있을 것이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IS4T(Industrial Strategy for Tomorrow)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공학한림원
청년과 부자와 인재가 떠나는 사회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그들을 붙잡기엔 보상 체계도, 고용 시스템도, 세제도, 교육도 다 한참 낡았다. 확 뜯어고쳐야 한다. 과감한 개혁을 통한 국가 대개조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 그런데도 정작 여야 정치권은 극렬 대립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