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애버크롬비, 작년 주가 285% ↑
마마이트는 혐오 고객도 주인공
반감 고객, 동반자이자 기업자산
마마이트는 혐오 고객도 주인공
반감 고객, 동반자이자 기업자산
‘영국 국민 잼’ 마마이트의 편 가르기 전략
‘영국 국민 잼’ 마마이트의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 슬로건을 이용한 마케팅. [사진 각 기업]
지난 30여 년간 마마이트는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광고에서는 마마이트를 즐기는 사람과 그 맛을 역겨워하는 사람의 생생한 표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도 마마이트를 활용한 케이크, 파스타 등 열성 고객이 직접 개발한 다양한 요리법과 마마이트로 샌드위치를 망치는 방법 같은 혐오 고객의 입장을 모두 공개한다. 맛을 개선해달라는 소비자들의 호소에도 1902년부터 사용해 온 레시피를 고수하며 대신 비타민 B가 풍부한 건강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편 가르기 전략의 효과는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에서 비롯된다. 집단 극화란 처음에는 개개인의 생각이나 선호도가 큰 차이가 없어도 대립 구도가 설정되면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경향을 의미한다. 적대적 소비자들의 공격을 받으면 열성 고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입장과 일치하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며 더 강한 애착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이 없거나 중립적이었던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해보고 신규 고객으로 전환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어글리 슈즈, 크록스
크록스와 발렌시아가·미스치프와 협업. [사진 각 기업]
한편 핵심 고객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못한 편 가르기는 지지 기반을 무너뜨리고 충성고객이 반감고객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부른다. ‘멋진 10대를 위한 브랜드’를 표방하던 미국의 패션 브랜드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는 클래식한 스타일과 섹시한 이미지를 조화시킨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마케팅의 핵심은 목표 고객 이외의 시장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것이었다. 근육질 남성과 날씬한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를 만들고 잡지에 나올만한 백인 젊은이를 매장 직원으로 고용했다. 큰 사이즈의 여성 의류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당시 CEO였던 마이크 제프리스는 뚱뚱한 고객은 상대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애버크롬비와 함께 10대를 지낸 밀레니얼 소비자가 성장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심판이 시작되었다. 외모가 뛰어난 백인만 고용하는 원칙, 아시안을 비하하는 그림을 사용한 티셔츠 등 비난거리가 이어졌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화이트 핫(White Hot)’은 당시 애버크롬비의 외모지상주의, 인종차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직원, 성적 착취를 당한 모델의 소송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고,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브랜드로 지목당하는 처지가 됐다.
반감고객의 불만과 비난 이해 노력을
애버크롬비앤피치의 과거(위 사진)와 현재. [사진 각 기업]
열정적 지지와 극단적 반감, 혐오가 뒤섞인 시장에서는 충성고객의 사랑을 바라는 만큼 반감고객의 불만과 비난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마이트는 혐오 고객과 열성 고객을 함께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략으로 독보적인 정체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애버크롬비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핵심 고객이 가진 반감의 씨앗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 충성고객과 함께 반감고객은 브랜드가 성장하는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자 기업의 주요 자산이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