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비례대표는 통상 여성·청년·장애인 등 약자와 전문가의 몫이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만 65세 이상 노인을 우대하겠다”고 밝혔지만, 8090세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보장해주자는 주장은 황 위원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황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황 위원장은 당사자주의를 강조하며 “노인층 문제를 다른 연령대 의원에게 부탁해 해결하는 구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한노인회를 예방하며 “90대 1명, 80대 2~3명이 비례대표로 들어오도록 배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정년 연장’ 추진도 제안했다. 그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며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를 없앴다.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을 연령으로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로 위헌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현행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노인 일자리와 노후 소득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1차 회의를 열어 정년 연장 의제를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노인을 겨냥한 황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개인적인 정치적 의지와 연결 짓는 해석도 나온다. 1947년생인 황 위원장은 올해 77세다. 1996년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내리 5선을 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당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원로로 활동해온 그는 22대 총선에서는 인천 연수갑 출마를 검토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3일 비대위원장 취임 후 봉하 마을을 찾고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차기 국무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수 논객인 신평 변호사는 지난 4일 YTN 라디오에서 “황 위원장을 차기 당 대표로 옹립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황 위원장을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노인층은 거의 절대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하는데, 정작 그분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할 창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욕 먹어도 괜찮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꺼내기 어려운 의제”라며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작년에 처음 앞섰다. 초고령 사회에서 건강한 노인들이 노동도 더 많이 담당하고,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