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특한 복장이 우승 기준인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한 황선야씨 소속 러닝크루 단체 사진. 사진 황선야씨 제공
그 중에서도 ‘수육런’은 대표적인 이색 달리기다. 본 행사명은 ‘금천구청장배 달리기 대회’지만, 참가비 1만원에 5∙10km를 뛰면 수육과 막걸리를 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육런’이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졌다. 대회를 기획한 이광남 금천구육상연맹 회장은 “올해 20회를 맞이하는데 소셜미디어상에 후기가 많이 공유되면서 4~5년 전쯤부터는 90년대생 참가자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신청이 시작되자 구청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수육런’이라는 별명이 붙은 ‘금천구청장배 달리기 대회’ 홍보 포스터. 사진 금천구육상연맹
소비 트렌드 역시 러닝 열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로나 시기 인기를 끌었던 골프∙테니스 등 고비용 운동 대신 운동화 한 켤레만으로 즐길 수 있는 러닝∙등산 등 맨몸 운동이 다시 관심을 받는 모양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1~10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골프(-4%)∙테니스(-15%) 용품 및 의류 구매액은 줄었는데, 러닝(13%)∙등산(11%) 종목 관련 용품 구매액은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23%)와 30대(7%)의 스포츠용품 구매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아한형제들이 기획한 장보기오픈런 홍보 포스터. 사진 우아한형제들
지난해 열린 시그니처 63런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 한화생명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 교수는 “재미를 필수 조건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는 운동을 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끼려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웹툰 작가 기안84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마라톤에 도전하면서 따라 해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