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 논설위원
회고록을 내는 바람에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발탁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굳이 질문에 넣고 문 전 대통령이 상세히 답변한 의도가 궁금하다. 행간을 읽어 보면 아마도 서로 조율한 문답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를 에둘러 비판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2018년 11월 인도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타지마할은 무굴 제국의 황제가 총애하던 부인을 기리기 위한 묘지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연합뉴스]
미·중 경쟁 등으로 국제 정세 요동
이재명 대표, 글로벌 안목 키워야
미국·일본·대만 격변 현장 가보길
이재명 대표, 글로벌 안목 키워야
미국·일본·대만 격변 현장 가보길
회고록은 결국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만 키웠다. 대통령 1호기를 타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타지마할 행과 관련해 과연 무슨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을까. '3김 여사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위를 가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1일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나온 모습. [중앙포토]
불나방처럼 여의도 주변만 맴도는 '내수형 정치인'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해외로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주목한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재선 의원이 된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의도 대통령'이란 말이 회자할까.
그가 정치적 영향력을 특정 이념과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로운 방향으로 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여의도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으면 곤란하다.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미국 대선 동향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살피고 글로벌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기록을 찾아보니 이 대표가 해외에 나간 횟수는 극히 적었다.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년에는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에 호주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서 소환됐다. 2015년과 2016년 성남시장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한 기록이 나온다. 2019년 11월 경기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기록 이후에는 거의 해외 행차가 안 보인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지난 2023년 6월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관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 미중 패권 대결 문제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낭독하는 모습. [중앙포토]
미국 실리콘 밸리를 10년 만에 다시 방문해 세상을 뒤흔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현주소를 점검하면 좋겠다. 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 열풍을 보이는지도 따져볼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동면에서 깨어나 재시동을 걸고 있는 현장도 놓칠 수 없겠다.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몸부림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를 질주하는 대만 TSMC 공장을 찾아가면 "중국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하면 된다"고 했던 이 대표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보게 될 거다. 혹시 시간이 더 나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도 좋겠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단편적 생각을 재고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총선 이후 입장을 길게 낭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