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 2023년 9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손을 맞잡은 3국 정상.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뉴스1
또 “정부는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국민 실생활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중점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3국 정상은 ▶인적 교류 ▶기후변화대응 협력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통상 ▶보건 및 고령화 대응 ▶과학기술디지털 전환 ▶재난 및 안전 등 6개 분야를 집중 논의한 뒤 결과물인 공동선언에 협력 의지를 담을 예정이라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그 사이 한·중·일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미·일 및 미·일·필 안보협력, 오커스(AUKUS, 미·영·호 간 안보 동맹), 쿼드(QUAD, 미·일·인·호 간 안보 협력체)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체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에도 사실상 오커스 참여를 제안하는 등 한국 역시 격자 구조의 뚜렷한 씨줄과 날줄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서 한·중·일 협력의 가치가 더 커지는 이유다. 외교의 중심을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두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도 전략적으로 보다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는 다자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청와대 사진기자단
北에 서열 3위, 韓엔 서열 2위 보낸 시진핑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이웃인 한국과의 관계 관리 필요성이 커진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3국 정상회의 발표 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회의가 3국 협력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호혜·윈윈을 더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5월 13~14일)에서도 양측은 난관을 인정하면서 협력과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이 직후 “청탁과 구걸외교”(16일 박명호 외무성 부상)라며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한 이유다.
지난 13일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을 마친 뒤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주재하는 정상회의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만큼 윤 대통령의 방중에 보다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국빈 방한 뒤 한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다시 한국에 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 대통령은 수차례 중국을 찾았다. 이에 또 한국 대통령이 먼저 방중하는 것은 의전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26일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도 만난다.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올 들어 한·일 정상회담은 처음인데, 기시다 총리의 방한 자체가 한·일 간 ‘셔틀외교’가 다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5~6월 외교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차이는 젖혀두고 협력에 방점
그럼에도 3국이 4년여만의 정상회의에 합의한 만큼 미래지향적 협력을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는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구체적으로 6개 협력 분야를 특정해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당장 실질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북핵 위협 등에 대해 중국과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회의 개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일이 많이 가까워진 만큼 중국이 섣불리 호응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정상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