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원문과 보도자료…미묘하게 다른 두 버전
특히 27일 오전 언론 보도에서 인용된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의 출처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은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가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 들어간 문구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달된 보도자료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기재됐다.
원문에 기재된 혐의 사실의 중대성에 대한 표현은 이와 다르다. 권덕진(50·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에 보낸 원문을 통해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OO(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 영장판사가 직접 작성"
조 전 장관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법원이 ‘죄질이 좋지 않다’는 주관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승현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은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사유' 전문을 아무리 봐도 "죄질 좋지 않다"는 표현은 없습니다”고 올렸다가 삭제했다. 원문을 입수하기 전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해 “법치주의 후퇴”가 아닌 “죄질 좋지 않다”고 쓴 보도 내용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조승현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이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죄질 좋지 않다'는 순화된 표현"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는 것은 혐의가 중대하다는 사실을 직접 드러내는 표현이다”며 “보도자료에 이를 ‘죄질이 좋지 않다’로 축약했다면 오히려 조 전 장관의 구속을 바랐던 사람들이 문제 삼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혐의가 그 정도로 소명됐다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건 이례적이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범죄 부인" 보도자료서 빠져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경우라면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한다는 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핵심 사유가 된다”며 “혐의가 객관적 증거로 소명이 되는데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불구속 상태로 ‘말맞추기’ 등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