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중국은 중국의 (기존)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ㆍ중 외교장관회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개최됐다.
회담에서 왕 부장은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직후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며, 모든 국가가 그곳에서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영공과는 다른 카디즈의 특성을 고려, 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 간에 입장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니까 그 선에서 간단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만 설명했다. “양측이 긴밀히 소통해 관리해나가자고 했다”면서다.
중ㆍ러 군용기의 카디즈 및 영공 침범과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방콕에 왔지만, 한ㆍ러 외교장관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의 일정이 매우 짧아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대신 윤순구 차관보가 카운터파트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동북아 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하며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중이다.
왕이, 사드 문제 또 제기
강 장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근간으로 하는 전세계 자유무역 체계의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를 거울로 삼아 미래지향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과 관련한 일본의 태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왕 부장은 “북ㆍ미 간 대화를 기반으로 해서 협상과 대화를 통해 양측이 융통성 있는 입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을 희망하며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통해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