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던 애플이 탈 중국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일본 닛케이와 미국 CNBC 등은 “애플이 아이폰의 중국 내 공장 15~30%를 동남아로 이전하는 비용 평가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최근 잇달아 내놨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도 아이폰 전량을 중국 밖에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5% 관세땐 아이폰 16만원씩 올라
삼성전자와 경쟁서 밀릴 게 뻔해
뚝 떨어진 중국 내 판매량도 영향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다. 애플은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애플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이 보여주듯 애플이 우려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리는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카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서 만들어 미국서 판매되는 ‘아이폰 XS 맥스’의 수입 가격은 554달러, 여기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대당 약 138달러가 비싸진다”고 말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7160만대가량을 판매했다”며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경쟁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인기가 중국에서 급속히 식고 있다는 점도 생산거점 이전의 한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가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7%로 떨어졌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100% 위탁 생산한다. 아이폰 조립은 파트너사인 대만의 폭스콘(생산량 60% 조립)과 페가트론(28%), 위스트론(12%)이 담당한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애플은 경쟁사보다 비싼 단가에, 설계·조달·생산의 다각화 시스템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을 독식해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판매량은 2억900만대로 2위였지만, 수익은 78%를 차지했다(시장조사업체 SA).
중국 공장을 이전할 후보지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진출해 있고, LG전자도 구미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다음 달 베트남으로 옮겨간다. 애플의 최대 파트너사인 폭스콘도 지난 2월 베트남 박장공단 내 25만m²의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타임스 등은 “페가트론도 생산 시설을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중 한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애플의 일부 생산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할 경우 삼성·LG전자와 생산조건이 비슷해져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