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부모들의 ‘자리 전쟁’은 유명 강사의 수업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 학원이 7시에 문을 열면 학부모들은 순서대로 자리 배치표에 자녀의 이름을 써넣는 식이다. 학원에서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정하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맡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 가장 앞자리를 맡으려면 오전 5시에는 와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 설명이다.
대치동 학원가 가보니
자리 전쟁에 대해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해진 시간에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착순으로 배정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선착순 줄 서기에 찬성하는 한 학부모는 “인터넷 예약으로 바꾸면 학부모들이 학원 대신 PC방으로 몰려들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자리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학원 원장은 “3~4년 전에는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을 선착순으로 입장시켰다. 하지만 수업 2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학생들이 생기면서 학부모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을 제안해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학원의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 사람들은 권위적이거나 다수가 지향하는 것에 대해 순응하는 동조심리가 있다”며 “교육열이 높지 않은 학부모도 새벽부터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성적은 물론,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부모들의 노력까지 경쟁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며 “학부모들의 과도한 지원이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