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島祖 _ 입도조 _ 인해, Lazaro Rodrigueez]
사진작가 박정근은 10여년 가까이 제주를 오가며 섬과 사람들을 기록했다. 해녀에서부터 4·3의 유가족, 그리고 입도조까지. 이러한 작업을 거치며 그들에게 자신을 투영해 자화상을 찍어 나가고 있었다. 제주를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박 작가는 "시작은 우연이었다. 우연히 제주에 머물게 되었고 거기 사람들과 자연에 이끌렸다. 제주서 먹은 밥숟가락 수가 늘어갈수록 내 신체, 정체성, 시간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역사와 현재가 이곳 제주에 고농도로 응집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이곳에 발을 딛고 끊임없이 새겨지는 인간과 자연을 나 역시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가며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入島祖 _ 입도조 _ 종달리 당]
박 작가는 도시에서 이주한 이들을 '제3세대 입도조'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입도조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강해졌다고 한다. 비정규직 직장과 값싼 월세를 찾아 변두리를 전전하던 중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살려고 내가 여기 있나? 난 좀 더 중요한 사람이었어"라고. 그렇게 입도조가 짐을 싸서 제주로 내려오는 이유를 찾았다. 자연도, 사람도 선 곳이었기 때문에 "나로 그냥 살아가게 내버려 둘 것 같았다"고 한다.
[入島祖 _ 입도조 _ 이하나]
박 작가가 느낀 불안에의 동질감은 사진에서 보여진다. 경제학자 가이스탠딩이 안정적 급여생활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불안계급(precariat) 개념을 제안했는데, 이들 내에 Anxiety(불안), Alienation(소외), Anomy(사회적 무질서), Anger(분노)인 4A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논리에 기대어 입도조들을 불안계급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했다.
[入島祖 _ 입도조 _ 중산간 여신]
박 작가가 기록한 입도조의 초상은 6월 1일부터 24일까지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6월19일에는 전시장에서 동명의 단행본 출간 기념회가 열린다.
장진영 기자, [사진 박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