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이 2위 SK를 14.5경기 차로 제치고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비결은 탄탄한 선발 투수진과 수비·타격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었다. 하지만 KS 들어 제 몫을 하는 건 선발진뿐이다. 린드블럼-후랭코프-이용찬은 5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A’ 학점을 주기엔 부족하지만 ‘B’ 이상은 받을 만한 성적이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 예상 빗나가
김재환 공백, 오재일·박건우 침묵
수비도 흔들려 … 5경기서 실책 7개
4번 타자 김재환의 공백이 뼈아프다. 2차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안타를 몰아쳤던 김재환은 3차전을 앞두고 오른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근육을 다쳐 특별한 치료도 불가능하다. 결국 5차전까지 3경기 연속 결장했다. 6차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홈런 44개를 때려낸 4번 타자가 자리를 비우자 타선의 무게감이 뚝 떨어졌다. 김재환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할 팀 홈런 2위(27개) 오재일은 타율 0.077(13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결국 5차전에선 류지혁에게 1루수를 내주고 대타로 나섰다. 중심타자 박건우도 18타수 1안타에 그쳐 하위타순으로 내려왔다.
더 심각한 건 수비다. 두산은 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3루수 허경민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내야진을 자랑한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적은 실책(77개)을 기록했던 두산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7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허경민이 2개, 오재원이 2개, 김재호가 1개였다. 허경민과 류지혁이 멋진 수비력을 뽐냈던 4차전에선 힘겹게 승리했지만 5차전에서 또다시 수비가 무너졌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후랭코프는 7회 1사 2루에서 김성현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이때 좌익수 정진호의 악송구로 타자 주자 김성현이 3루까지 진출했다. 다음 타자 김강민이 바뀐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좌익수 뜬공을 쳐 김성현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실책이 없었다면 주지 않을 점수였다. 1-2로 뒤진 8회 말엔 유격수 김재호가 최정의 내야 뜬공을 놓쳐 2루까지 내보냈고, 결국 두 점을 내줬다. 두산이 역전 우승을 하려면 수비부터 살아나야 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