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플라스마 물리학 교실 연구진이 최근 도입한 첨단 핵융합 장치인 SPARC 앞에 모여 있다. 1966년 정근모 박사가 활동했던 바로 그 실험실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혁신을 거듭하며 계속 가동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정 박사, 여기는 당신의 연구실이오. 자료며 기계며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이용해 맘껏 연구하시오.”
그러더니 연구실 운영을 완전히 일임하고 자율권을 줬다. 덕분에 나는 아무런 간섭이나 지시도 받지 않고 마음껏 최첨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과학자로서 엄청난 기회였다. 나는 신뢰를 보여준 로즈 교수를 위해 맡은 일을 책임지고 처리했을 뿐 아니라 최대한 머리를 짜서 아이디어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율이 주인의식을 낳고, 주인의식은 생산성을 높였다. 과학연구 효율을 높이는 연쇄반응이다.
데이비드 로즈 교수.[사진 MIT]
로즈 교수는 돌아가실 때까지 내 후원자였다. 미국 과학재단과 원자력위원회에 나를 추천해 원하는 연구를 진행할 연구비를 받게 도와준 은인이다. 수많은 학술회의에 나를 추천해 발표자 등으로 참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물론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나 과학계 거물을 만날 때면 꼭 나를 대동했다. 그 덕분에 교류의 폭이 확 넓어졌다. 학회 등을 통해 당시 소련 과학자들과도 친분을 맺게 됐다. 나는 로즈 교수로부터 과학자를 키우는 방식을 배웠다.
로즈 교수 밑에서 핵융합을 연구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고 깨달은 점이 있다. 미국의 힘은 미래를 내다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로즈 교수와 함께 연구하던 핵융합은 사실 100년이 지나야 활용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먼 미래의 기술이다. 하지만 초일류 국가를 지향하는 미국 지도자들은 미래를 개척할 연구·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앞서가려면 먼저 투자하고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플라스마 물리학 교실이 최근 도입한 첨단 핵융합 장치인 SPARC. [사진 MIT]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