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기금은 635조원, 이 중 운용수익이 306조원이다.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집사가 돼 기업을 잘 감시하고 관리해 노후 자금을 지키려는 제도다. 주주총회 찬반 거수기, 풀만 뜯는 코끼리라는 조롱을 받던 국민연금이 적극적 전사로 나선다. 하지만 코끼리가 뛰면 땅이 흔들리고 흙바람이 몰아친다. 양날의 칼이다. 기업의 경영권, 나아가 지배권까지 장악하려 든다는 걱정이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 뭘 담았나
개선 여지 없으면 명단 즉각 공개
배당 계획 수립 기업 2배로 늘려
분식회계 땐 손배 소송 근거 마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집단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주주 간 민사 문제다. 하지만 국내에선 민사 구제가 활성화되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통제가 불가피하게 작용한다. 민사 구제를 활성화하는 건 대주주 견제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당연히 도움된다”고 말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도 “주주대표소송은 재계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남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정 안 되면 행동에 나서는 식이어서 국민연금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인수합병·매각 등을 두고 소송 요청이 밀려들 수 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민연금은 형사재판에서 손해액이 확정돼 승소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정할 방침이다. 또 분식회계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러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적극적으로 낼 수 있게 근거와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주요국 상장사 배당 성향
블랙리스트(중점관리 기업) 대상도 확대한다. 지금은 배당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만 대상이지만 2019년부터는 횡령·배임,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 오너 일가 사익 편취 행위 등도 해당한다. 비공개 대화를 시작해 개선하지 않으면 2020년 초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한다. 개선 여지가 없으면 즉각 기업 이름을 공개하고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대화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기업은 이사·사외이사·감사 선임에 반대하도록 의결권과 연계한다.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잘 이행하는 회사에 가점을 부여한다. 또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우려 해소 차원에서 위탁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장사 주주대표소송 건수
또 주주권을 강화하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그만큼 커진다. 사외이사 추천 요청에 따라 추천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면 비난받게 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