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시작 … 중국보다 아시아 국가에 타격, 그 중 최고는 한국

중앙일보

입력 2018.07.08 16:31

수정 2018.07.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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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분석이 나왔다. 정작 전쟁 당사자인 중국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도널드 트럼프(左) 미국 대통령, 시진핑(右) 중국 국가주석.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보다 타격을 입을 국가로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을 꼽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필딩 첸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가가치 기준 무역(TiVA)’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이 10% 감소할 때마다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1.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국의 성장률은 0.3%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가 OECD 무역 통계 분석
중국 수출 10% 줄면 한국 성장률 0.9%포인트 줄어
대만,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가장 피해 커
주요 경제권 가운데 최대 희생양
제조업 공급망 엮여 중국 피해 분산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공급망에 단단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ㆍ한국ㆍ일본 등지에서 부품을 수입해 이를 조립 및 재가공하는 공정을 거친 뒤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중국의 대 미국 수출이 줄면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 등에서 부품을 수입할 수요도 감소한다.
 
중국이 수출용 부품 수입을 10% 줄이면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의 성장률은 각각 1.9%포인트, 1.3%포인트, 0.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 말레이시아보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한국이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인해 아시아 국가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감소할 경우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블룸버그]

 
블룸버그는 “제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나라는 중국 수출이 증가할 때 과실을 공유했듯이 수출 감소로 인한 위험도 나눠서 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받는 충격이 공급망 내 국가들로 옮겨가는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피해를 줄이는 요소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2006년 64%에서 지난해 33%로 줄었다"며 "중국 경제가 외부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수출이 10% 줄어든다는 가정은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실제로 터뜨린 이상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