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는 북한과 접촉해 왔으며, 5월 중이나 6월 초에 그들을 만날 것”이라며 “양측은 (회담에서) 상당한 존중을 표할 것이며, 우리는 북한 비핵화(de-nuking)에 대한 합의(deal)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그들도 그렇게 말했고, 우리도 그렇게 말했다”고 말했다.
강경파 볼턴 업무 착수한 날 언급
“양측 상당한 존중 표할 것” 자신감
김정은, 당 회의서 북·미대화 공식화
“북·남 수뇌 상봉” 날짜·장소도 공개
청와대 “북·미 접촉 잘 진행되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랫동안 유지됐던 것과는 다른 (북·미)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비핵화 협상에 북·미 관계 개선도 포함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발언이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업무에 착수한 날 나온 점도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할 때 볼턴은 바로 뒤에 앉아 있었다. 외교 소식통은 “볼턴 등 대북 강경라인 기용이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걸 의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며 처음으로 북·미 대화를 공식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이)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 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 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 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를 직접 공식화한 적은 없다. 지난달 김정은 방중 직후 중국 측은 “김정은이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고 양국 간에 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중국 발표문에만 포함되고 북한 발표에선 빠졌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해 언급하시며”라고도 전했다. 북한에서 남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북·미 대화를 언급한 점도 특이하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남북 수뇌상봉’이라고 하면서 ‘조미 대화’라고 표현했다. 북·미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이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비핵화가 의제라는 내용도 없었다.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하며 한·미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다르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미국에 비핵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 포기지만, 북한에 비핵화는 미국이 한·일에 대한 핵우산을 제거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이에 대해 “북·미 중 어느 한쪽이 진실되지 못한 수사에 그친 선언을 수용하거나 급격하게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양 측이 외교적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순항 중이라는 판단 아래 동향을 주시 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접촉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긴밀하게 진행상황을 전달받고 우리 쪽 의견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유지혜·강태화 기자,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