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될 행동 안 했지만” … 민병두, 미투 폭로에 현역 의원 첫 사퇴

중앙일보

입력 2018.03.11 01:00

수정 2018.03.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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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MeToo) 폭로가 나오자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역 의원으론 미투 관련 첫 사퇴다. 앞서 뉴스타파는 여성 사업가 A씨의 ‘피해 사연’을 보도했다. 2007년 히말라야 여행을 갔다가 민 의원을 알게 됐으며, 이듬해 5월 간단히 맥주를 마신 뒤 노래주점에 갔다가 블루스를 추는 과정에서 민 의원이 강제로 키스했다는 의혹이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며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에 저는 의원직을 내려놓겠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 바람이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 의원 관련 보도 외에도 10일 국회 직원·보좌진의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의원실 인턴과 비서 등으로 일하는 동안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등으로부터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대학원 졸업 후 6개월가량 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었다는 B씨는 “아빠보다 더 많은 나이인데도 여념치 않고 (중략) 보는 눈이 많으니 차를 마셔도 호텔에서 봐야 한다며, 심지어는 소변보는 영상을 찍어 보내줬던 그 변태 같던 사람(의원)을 잊지 못합니다”고 썼다.

여의도까지 번진 미투 태풍
국회 직원·보좌진 페북 ‘대나무숲’
“나도 당해” 갖가지 폭로 쏟아져

 2012년 총선 때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던 C씨는 선거운동 기간 중 같은 의원실의 보좌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선거운동을 위해) 보좌관의 차를 타고 이동하곤 하였는데, 그러던 중 하루는 보좌관이 직원들이 숙소로 쓰는 곳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성추행에 그쳤고 다음 날 보좌관의 차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저는 너무 어렸고 무지했으며 자기 자신을 지킬 줄 몰랐고 그가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 더욱 괴로웠다”며 “(해당 보좌관이) 타인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평생 되새기며 속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고 했다.
 
 20여 년 전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로 근무했다는 D씨는 의원실 내 보좌관이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뒤에서 껴안거나 엉덩이를 만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 보좌관은 도망가려는 자신을 힘으로 제압한 뒤 강제로 키스까지 했다고 했다. 일부는 ‘우리는 터치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없었다’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장의 발언에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