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45분간 면담하면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서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대북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소식을 듣고 오벌 오피스에서 즉석 면담을 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8일이 아닌 9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제안 전달받고 바로 “좋다”
한국 특사단 하루 앞당겨 만나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제안까지 정 실장에게 했다. “부탁이 있다”며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이곳 백악관에서 발표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에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함께 발표 문안 조율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저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최종 발표 전 청와대와 백악관을 잇는 ‘시큐리티 라인’을 통해 사전 보고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배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에게는 “오늘 상황을 봐라. 철통같은 한·미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며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 철강 관세 부과 방침에 한국산 철강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챙겨 보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