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미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문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핵화는 북핵 폐기지만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북, 2년 전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
이번에도 ‘체제 안전’ 조건 달아
또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여기에는 남핵 폐기와 남조선 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인사들을 수차례 만났던 소식통은 “5대 조건에 북한의 답이 다 있다. 누구를 만나든 이를 기반으로 한 입장을 철저히 반복하더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 밝힌 비핵화에도 비슷한 조건이 달려 있다. 군사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위협이 없어져서 걱정 않고 살 수 있으면 비핵화하겠다는 말은 예전 6자회담에서도 북한이 수없이 했던 얘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변수와 조건들은 조만간 본격화할 북·미 간 실무 접촉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정상회담 결렬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나서는 예비 회담 성격이 짙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실무 접촉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사찰이나 검증을 주저하면 미국으로선 만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부 2차관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이 핵 선제사용 불가 선언이나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려 할 경우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의 협상파 사이에서도 북한의 구체적 조치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교한 사전 작업 없이는 (회담이) 본질적 변화를 꾀하는 게 아니라 구경거리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