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오후에 찾아간 연희동 '금옥당'. 오전에 일찍 준비된 양갱이 다 팔려 손님들이 돌아간 상태였다. 양갱은 없지만 안에서 쌍화차, 오미자차 등 차와 팥죽을 먹을 수 있다.
금옥당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지난 2017년 12월 초다. 서울 연희동 주택가 골목에 특이한 양갱가게가 생겼다는 소문이 들렸다. 가게 이름이나 인테리어도 독특하지만, 일단 양갱이 "너무 예쁘다"는 평이었다. 이곳은 금세 입소문이 나면서 인스타그램에 속속 '예쁘다'는 감탄사와 함께 곱게 포장된 양갱 사진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정작 이곳의 인스타 계정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가게 오픈과 함께 SNS 계정부터 만드는 여느 가게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집 좀 다닌다'는 맛 담당 기자, 블로거들 사이에 금옥당 이름이 활발하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14일 직접 찾아가 봤다.
금옥당 입구에 걸려있는 금속으로 만든 문패.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창문에 진열된 양갱 상자다. 총 16가지 종류의 양갱을 파는데 종류별로 알록달록하게 다른 포장지를 썼다.
가게 창가에 진열된 소반들. 소반 위에 올려놓은 여러 종류의 컵과 그릇, 양갱을 먹을 수 있는 포크가 멋스 멋스럽다. 이것만 보고 들어와보는 사람도 많단다.
"오후 2시쯤 오세요. 그 전엔 손님이 너무 많아서요."
취재를 가겠다는 말에 전화를 직접 받은 김현우 금옥당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2017년 11월 말 가게를 열었으니 영업을 시작한 지 이제 3달이 채 안 됐지만, 설 명절을 맞아 양갱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김 대표가 말한 시간에 맞춰 가게를 방문하니 이미 가게 안이 썰렁했다. 양갱은 물론이고 팥빵까지 전부 팔려 나간 후였다. 줄을 섰던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후 1시가 채 되기 전에 김 대표가 밖으로 나와 “오늘 물량이 다 팔렸다”며 줄 선 사람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금옥당에서 하루에 만드는 양갱은 보통 600개 정도다. 설을 앞두고는 찾는 사람이 많아져 하루 800~1000개를 만들고 있다. 그중 400개는 지난주에 전화 주문한 사람들에게 보내고 나머지 600개를 판다. 생 팥부터 시작해 수제로만 만들다 보니 한계가 있어 오후 1시만 되도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손님이 많다. 김 대표는 “설 연휴가 끝나는 18일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금옥당의 양갱. 고운 모습에 손님들은 연신 "예쁘다"는 감탄사를 터트린다.
[인스타, 거기 어디?]연희동 양갱상점 금옥당
SNS 계정도 없지만 인스타 속 스타 돼
"단맛 싫어" 슴슴하고 씹는 맛 양갱 개발
양갱 진열장 옆에 있는 음료 테이블. 그날 사용할 여러 모양의 컵이 놓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팥과 버터를 바케트 빵 안에 넣은 '앙버터'. 금옥당의 또다른 인기 메뉴다.
옛날 다방 같은 분위기의 테이블 공간. 거울과 소파는 김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고 테이블 위 조명은 영국에서 사 와 실내를 꾸몄다.
16가지 양갱.
금옥당의 쌍화차와 오미자차.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