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서 설전 벌인 언론인 출신 이낙연·정진석

중앙일보

입력 2018.02.05 16:28

수정 2018.02.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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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못 알아들을 것으로 느껴지십니까?"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아니요. 제 말씀이 뭔지 아실 겁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5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대화에는 날이 서 있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중단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재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두 사람은 기자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에서 1979년부터 1999년까지 기자 생활을 했고, 정 의원은 1984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일보 기자로 일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이 총리에게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재개 여부를 물었다.


“올림픽 때문에 연기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올림픽을 마친 뒤) 곧바로 재개되는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정 의원)
“현재까지 상황은 한-미 정상이 올림픽과 관련해서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이 총리)
“재개 여부를 묻는 것이다. 언제쯤 훈련이 재개되냐”(정 의원)
“올림픽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재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꼭 적절한지는 정 의원님도 판단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이 총리)
 
이 총리는 이어 “올림픽과 관련해서 연기했다고 밝힌 한-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해석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동맹이 있으면 훈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재개 여부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못 밝히냐”고 따졌다. 
 
이에 이 총리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해석하면 다 아실 거 아니냐”며 “그렇게도 못 알아 듣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올림픽과 관련해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씀 드리면 정 의원도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재개가 불확실…”이라고 질의를 이어갈 때 이 총리가 “불확실하지 않다”고 말하자 정 의원은 "총리, 말 끊지 마세요. 충분히 답변할 기회 드리겠습니다"라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이 총리에게 질의했다. 정 의원은 "지난 8개월 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38명이 구속됐고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언제까지 계속 되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적폐청산 수사는 정부의 기획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언론의 보도와 관계자의 새로운 증언에 따라서 수사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1월 1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피의사실공표는 좋지 않은 관행이고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방해받을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 총리에게 "입법부 수장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저도 동의합니다"라고 답하며 "다만 언론 기관이 관계자들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