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엄마가 서로 다른 유언장을 두 개 썼어요

중앙일보

입력 2017.12.16 04:00

수정 2017.12.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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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 남매의 맏이입니다. 제 바로 밑에 남동생이 있고, 막내는 여동생입니다. 부모님은 금슬이 좋으셨는데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엄마도 지난달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저를 의지하셨어요. 엄마는 저와 살고 싶어하셨고, 돌아가신 후 저희 삼 남매가 재산을 나누더라도 제가 재산을 다 물려받은 뒤 처리하길 원하셨습니다. 

 
 

재산 증여. [중앙포토]

 
재산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엄마가 마지막까지 사셨던 아파트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지방에 있는 논과 밭 3필지가 전부입니다. 엄마는 아마 남동생이 엄마에게 아쉬운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이 탐탁지 않으셨나 봅니다. 엄마는 결국 전 재산을 제게 유증(유언으로 증여)한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서를 작성하셨어요. 제게 서랍에 놓인 편지봉투를 보여주시면서 잘 부탁한다고 이르셨죠.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제가 동생들에게 엄마가 작성한 유언서를 보여줬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작성한 것은 재산을 내가 잘 나눠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며 적절히 나누자고 했죠. 

배인구의 이상가족(31)
자필 유언장, 연월일·주소·성명 날인해야 유효
유언 중복 시 내용 다를 경우 앞 유언은 철회
유류분 침해 청구 가능

그런데 남동생이 아파트는 자기 것이라며 저희에게 또 다른 유언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시댁 일로 지방에 며칠 다녀온 사이 남동생이 엄마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엄마는 남동생에게 아파트를 주기로 하셨답니다. 저에게 재산을 다 주겠다는 유언서 작성 후 다시 남동생에게 아파트를 주겠다고 작성하셨더군요. 저희는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건가요?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먼저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민법 제1066조 제1항). 따라서 어머니께서 작성하신 유언서가 위 요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종종 유언자가 주소를 적지 않거나 날인을 하지 않아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후 2개의 유언서 중 어느 것이 효력이 있는지 살펴야겠죠. 
 
민법 제1109조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작성하신 2개의 자필증서 유언이 모두 법이 정한 요건을 다 갖췄다면, 사례자께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한 부분 중 아파트에 관한 부분은 철회한 것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아파트는 남동생, 다른 재산은 사례자께 유증한 셈이죠.
 

유언장. 일러스트 강일구

 
다만 사례자의 여동생은 어떤 재산도 상속받지 못하게 되므로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겠군요. 또 아파트와 지방 소재 전답의 실제 가치가 많이 차이 나면, 사례자도 남동생에게 유류분 부족분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여동생의 의사와 사례자의 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동생이 아파트를 소유해도 되는지, 그로 인해 유류분이 침해되어도 용인할 수 있는지, 남동생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나머지 재산에서 여동생의 유류분만큼 분할하고 나머지를 사례자에게 분할해도 되겠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상속인들의 협의로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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