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현 정부 적폐청산, 정치보복 의심”

중앙일보

입력 2017.11.13 01:50

수정 2017.11.1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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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이명박(MB·얼굴) 전 대통령이 12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겨냥해 ‘정치보복’이란 표현을 써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여권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나서 적폐청산 논란이 신구 정권 간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바레인 문화장관의 초청으로 출국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관진 구속에 주말 대책회의, 전·현 정권 전면전 번질 조짐
청와대, 카톡으로 “개인 처벌 아닌 특권 구조 바꾸려는 것”

이 전 대통령은 특히 검찰의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령부 수사와 관련, “우리가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을 (적폐라고)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수사해) 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적폐청산 수사)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전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 등에 연루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 하지 마세요. 상식에 안 맞아요”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5분가량 입장을 발표한 뒤 출국했고, 15일 오전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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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전 대통령이 반격에 나선 것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재임 중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로 11일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11일 류우익·정정길·하금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주요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검찰 수사는) 목표를 정해 놓고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7일 여야 4당 대표 초청 회동에서 적폐청산과 관련해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는 입장을 청와대 출입기자들 단체카톡방에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이 제기한 ‘보복 수사’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청와대도 공식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한 청와대 참모는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에 대해 “구차하다. 결백하다면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라”(제윤경 대변인)고 강하게 압박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6개월간 한 일은 적폐청산밖에 없다”(전희경 대변인)고 이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적폐청산을 둘러싼 갈등이 문재인 정부 대 이명박 정부를 넘어 진보·보수진영 간 대결로 확전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통해 결국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올라가 한국 근·현대사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며 “진짜 할 말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위문희·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