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된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사진 퍼스트런]
95분짜리 영화의 기획에서 완성까지 10년이 걸렸다. “유화가 살아 움직이는 영화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는 멘트로 시작하는 영화의 예고편은 전 세계에서 1억3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다.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 [사진 퍼스트런]
‘러빙 빈센트’의 가장 독특한 점은 유화의 아름다움이다. 고흐의 작품이 유화 그대로 애니메이션화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들었다. 오프닝 장면에는 고흐 작품 세 점이 나온다. ‘별이 빛나는 밤’ ‘즈아브 병사의 반신상’ ‘아를의 노란 집’ 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세 점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된 유화만 729장.
9일 개봉 ‘러빙 빈센트’
살아 움직이는 고흐 그림 생생
화가 107명, 2년간 130점 그림 재현
불가능 여겨진 유화 애니메이션
고흐의 삶과 죽음, 작품세계 담아
고흐의 화풍을 되살린 화가의 작업장면. [사진 퍼스트런]
스크린에는 고흐의 삶과 죽음이 함께 흐른다. 등장 인물들이 기억하는 고흐의 모습을 통해서다. 고흐는 1890년 7월 29일 파리 근교의 한 여관에서 총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아르망 룰랑의 초상’ 속 룰랑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러 인물을 만난다. 역시 고흐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고흐의 시신을 발견한 여관 주인의 딸 아들린 라부,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속에 나오는 마르그리트, 고흐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봤던 뱃사공까지 많은 인물이 나와 고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고흐라는 인간의 다양한 면이 밝혀진다. 광기, 예술혼과 열정으로 대표되는 화가 반 고흐는 생전에 이름 모를 여관에서 죽어간 가난한 화가에 불과했다. 어떤 사람은 그를 미치광이로 기억했고, 또 다른 이는 그를 친절한 사람으로 추억했다.
무엇보다 미스터리한 것은 그의 죽음이다. 적어도 파리 미술계에서는 “떠오르는 스타”(클로드 모네)로 불릴 만큼 명성을 얻고 있었다. 영화는 ‘막 예술적 명성을 얻은 예술가가 왜 스스로를 쏘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사고 직후 고흐는 “내가 내 자신을 쐈으니 그 누구도 찾을 필요가 없소”라고 말했다. 영화는 이 말에 누군가를 감싸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변 상황을 추적해 나간다. 2011년 출간된 고흐의 전기 『반 고흐: 그 인생』(스티븐 나이페,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에서도 제기됐던 의문이다.
미학자 진중권은 ‘러빙 빈센트’에 대해 “파리, 아를, 오베르 쉬르 아즈 풍경이 100년 넘는 동결의 끝에 그 당시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현대를 사는 우리 눈앞에 다시 생생히 살아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