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 / 사진=전소윤(STUDIO 706)
김주혁은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배우로 살며, 20년 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성실하게 연기했다.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시즌3’(2013~, KBS2)에 출연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사귀는 동료 배우와 결혼을 생각한다고 했다. 드라마 ‘카이스트’(1999, SBS)에서 그가 연기한 박사과정 명환처럼, 김주혁은 듬직한 형·오빠처럼 대중의 곁에 머물렀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영화 '청연' 스틸컷
그 따뜻함은 20~30대의 김주혁을 가족·멜로드라마로 이끌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 SBS)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2005, 김현석 감독) ‘싱글즈’(2003, 권칠인 감독) ‘아내가 결혼했다’(2008, 정윤수 감독) 등등. 그는 마냥 멋지기 보단 좀 지질해 보일만큼 인간적인 로맨틱 가이에 가까웠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눈물 흘리며 그녀가 준 스테이플러를 마구 찍어 버리던 순정남(광식이 동생 광태)부터 사랑스럽지만 특이해도 너무 특이한 아내에게 휩쓸리던 평범한 남자(아내가 결혼했다), 사랑보다 하늘을 향한 꿈이 더 소중한 연인을 이해하던 청년(청연)까지. 수더분한 동네 오빠 같던 홍반장(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은 또 얼마나 친근해보였던지.
'아내가 결혼했다'
“지는 게 마음이 편한 성격이라 매니저들이 승부욕 좀 기르라고 한다. 그래도 난 동점인 게 마음이 편하더라.”
2016년 magazine M과의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연기하는 게 너무 즐겁다. 의욕이 넘치는 시기다. 쉬면 뭐하나. 헬스장만 가는데(웃음).” ‘
'공조'
'비밀은 없다'
배우 김주혁과 인간 김주혁에 익숙해진 대중은 그의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는 40대의 중견 배우가 이만큼 달라질 수 있음을, 본래 잘 하는 역할과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 모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음을, 작품으로 보여줬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본래의 템포보다 조금 더 빠르게. 연기의 자장을 넓힐 때조차 과욕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과 낙천적인 에너지로, 조금 더 자유로워진 듯했다.
“세상에 나와서 할 일을 다 못하고 가는 사람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는 고두심의 말처럼, 김주혁은 보여줄 연기가 너무 많이 남은 배우였다.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영화계에서 반듯한 나무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최근 연기의 참맛을 알았다는 듯 절정의 연기력을 뽐냈다. 삶은 종종 상상할 수도 없는 순간, 당연히 존재할 거라 생각했던 이를 상실케 한다. 마음이 미어지는 상실 앞에 그의 따스한 온기가 담긴 영화들을 꺼내보려 한다. 좋은 배우였고 동료였던 그를 마음 깊이 애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