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서 체포됐던 판사 부부 귀국 …법원 “진상 확인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7.10.08 17:46

수정 2017.10.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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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괌에서 두 아이를 차량에 방치한 혐의로 체포됐던 판사·변호사 부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수원지법은 설모(35) 판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10일 설 판사가 출근하면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겠다”고 8일 말했다. 설 판사는 법원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 말 할 수 없이 송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이들을 차량에 방치한 혐의로 괌 경찰에게 체포당한 설모 판사와 윤모 변호사 부부. [괌 뉴스 캡처]

 
설 판사와 남편 윤모(38) 변호사 체포는 지난 3일 외신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괌 뉴스(KUAM NEWS)’는 두 사람이 2일(현지 시각) 마트에서 쇼핑을 하면서 아들(6)과 딸(1)을 주차장의 차 안에 두고 갔다가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혐의는 ‘아동학대’와 ‘아이 차량 방치(Leaving Children Unattended or Unsupervised in Motor Vehicles)’였다. 이들이 구금된 동안 아이들은 아동보호국에 맡겨졌다.

차량 방치 혐의로 벌금 500달러씩 납부
'머그샷' 현지 언론 공개, 국내서도 퍼져
"국내법상 위법 아니어서 징계 과하다"
vs "파장 고려할 때 징계 검토 사안 해당"

윤모 변호사가 괌 현지 경찰과 함께 차량 근처에 서있는 모습. [괌 뉴스 캡처]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차량에 방치한 혐의로만 기소했고, 지난 5일 두 사람은 각각 벌금 500 달러씩 총 1000 달러(약 112만원)를 냈다. 캘리포니아 주법을 따르는 괌에선 아동 차량 방치는 경미범죄(Petty Misdemeanor)로 분류된다. 6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차 안에 방치할 경우 50달러 이상 500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방치된 아이 중 12세 이상의 아동이 있을 경우엔 보호자로 여겨져 처벌받지 않는다. 미국에서 차량 방치와 관련된 처벌 규정이 있는 주(총 50개)는 20여 개에 이른다.
 
부부의 재판이 열린 5일엔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윤 변호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정말 꿈같은 48시간을 보내고 나온 당사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작성자는 “면목도 변명할 자격도 없지만 국내 기사 중 부정확한 내용이 많아 설명하고 싶다”고 썼다. 작성자는 “(방치) 시간이나 자극적으로 기재된 상당수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윤모 변호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쓴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괌 뉴스는 법정 서류를 인용해 부부가 최소 45분 동안 아이들을 차 안에 뒀다고 보도했다. 목격자가 오후 2시30분쯤 마트 주차장에 있었고 경찰이 도착한 것이 2시54분, 부부가 차에 온 것이 3시15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시30분에 발견했다는 것은 목격자의 일방적인 진술”이라며 “2시45분 넘어서 차를 댔고 현장에 도착한 것도 3시5분이다”고 반박했다.
 
벌금을 납부한 부부는 다음날인 6일 아이와 함께 귀국했지만 그 사이 국내에선 체포 현장과 실명,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 등이 이미 퍼진 뒤였다. 특히 두 사람이 웃으며 판사와 변호사라고 경찰에 설명했다는 글 등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생겼다.
 
손국희
 
설 판사에 대한 징계 여부는 10일 이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정직·감봉·견책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해임이나 파면 조항은 없다. 법관이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헌법으로 신분을 보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법에선 아이를 차 안에 방치했다는 이유 만으로 부모를 처벌할 수는 없다. 4세 아이를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했다가 중태에 빠뜨린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지난 4월 금고형을 확정받은 사례는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비난 받을 순 있는 일이지만 아이가 상해·사망에 이른 것도 아니고 한국에선 위법도 아닌 해프닝으로 징계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김현 회장은 “국내·외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징계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