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분노’라는 말까지 사용했다. 그는 “다수당의 힘에 의해 어떠한 정당성도 갖지 않고, 그것도 110일째 끌어오던 표결을 하면서 부결로 결론냈다”며 “굉장히 실망과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심중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중 부결 소식을 접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현재까지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굉장히 굳은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어떤 인사를 임명할지에 대한 임명권과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야당이 문제 삼는) 그분들이 코드인사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바 없다”고 답했다. 야당 설득에 실패한 정무라인 등에 대한 문책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책임을 온전히 야당으로 돌렸다.
표결 직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국회 상황에 협조를 구하려던 전병헌 정무수석은 약속 자체를 취소했다. 전 수석은 “국회가 캐스팅보트를 과시하는 정략의 공연장이 돼선 안 된다”며 “야당은 말로만 협치를 얘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당장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ㆍ야ㆍ정 상설협의체’ 구성부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만큼은 (국회로 가는) 마포대교를 건너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며 “여야 지도부 대화를 추진하겠지만 완급은 조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미국 순방 전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속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당에서 20표 이상의 찬성표를 낙관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당혹감에 빠졌다. ‘표 계산’을 마치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까지 요청한 터였는데 결과적으론 잘못한 격이어서다.
당장 원내사령탑인 우원식 원내대표의 거취가 논란이 되게 됐다. 그는 부결직후 소집된 원내대표단 비상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진들의 만류로 일단 거취 표명은 보류했다. 그러나 “여소야대라는 국회의 한계가 있지만, 집권여당으로서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자성도 적지 않았다”(강훈식 원내대변인)는 분위기였다.
강태화ㆍ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