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11) "부모들이여, 이기주의자 되라"

중앙일보

입력 2017.09.11 04:00

수정 2017.10.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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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서 2015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자식 바보' 아빠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 소송'을 중심으로 가족이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휴먼 가족 드라마.[중앙포토]

 
문제는 자식이다. 아니면 자식들. 요즘 또래가 모인 자리의 화두는 자식이 주로 꼽힌다. 줄곧 그랬던 건, 물론 아니다. 은근한 자식 자랑에 상사 씹기 등 직장 이야기에 ‘놀기’ 좋은 곳이 젊었을 적의 주 화제였다. 
 
이것이 주식이며 부동산 등 재테크로 슬금슬금 옮겨 가더니만 건강과 인생 2모작을 위한 일자리와 더불어 자식이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뭐, 정치 문제로 의견이 갈려 얼굴 붉히는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만 말이다.

친구들 모이면 부모 배려 부족한 자식들 성토
'나 살고 난 후 자식 도우라'는 말 잊지말아야

이렇게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 친구들을 만나고 온 아내는 자식과 며느리 험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단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친구는 결혼을 앞둔 아들이 “직장에서 먼 곳은 싫다”며 막무가내로 손을 벌린다고 성토한다. 여기에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비에 보태는 역모기지론을 신청하려니 자식들 눈치가 보인다”는 다른 친구의 하소연이 받는 식이다.
 
며칠 전엔 더 기막힌 이야기 들었다. 한 친구의 지인이 중병에 걸렸더란다.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 함께 퇴원하던 날, 무슨 일이 그리 바빴는지 두 아들 내외가 모두 들여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입원 중에도 “아빠, 파이팅!” “아버님, 괜찮으시죠?” 하며 안부를 묻는 전화 메시지만 왔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고.
 
 

퇴원하던 날 집에 돌아와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중앙포토]

 
그는 퇴원하던 날 외식을 하고는 집에 돌아와 결국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서럽기도 하고 ‘내가 자식을 이렇게밖에 못 키웠나’ 싶어서. 문제는 그 가족이 문제가족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자식이 원하기에 전세이긴 하지만 강남에 신접살림을 차려주었는가 하면 고부간에 별다른 문제도 없는, 겉보기엔 원만한 가정이라 했다. 단지 자식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부모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것 빼고는. 부모의 보험을 믿는 건지 1000만 원이 넘게 나온 치료비를 두고도 궁금해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날 동석했던 친구들이 한결같이 분노했다. 이건 부모에게 기대는 걸 넘어 부모를 봉으로 아는 작태라고. 그런 자식들이 외출할 땐 두뇌개발에 좋다는 완구며 우유병 세척기 등 한 보따리씩 싣고 다닐 정도로 자기 아이들에겐 온갖 정성을 다한다는 개탄도 나왔다.
 
 
부모·자식 간 의무는 어디까지? 
 
 

부모 자식 간의 의무 또는 상조는 언제, 어느정도 까지일까? [사진 smartimage]

 
글쎄, 말은 안 했지만 모두 생각이 많은 듯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의무 또는 상조는 언제, 어느 정도까지인지, 내 자식은 안 그러리라 자신할 수 있는지 등등.
 
한데 한 친구가 바둑의 지혜를 패러디한 명언을 했다. ‘아생연후조자(我生然後助子)’라고. 말인즉슨, ‘나 살고 난 후 자식을 도우라’는 것.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고는 훗날 자식에게 손 벌리고, 눈칫밥 먹을 게 아니라 아무리 자식이라도 제 살길 마련해두고 베풀어야 한다는 게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입맛은 쓰면서도 예전에 읽은 칼럼의 제목이 떠올랐다. ‘부모들이여, 이기주의자가 되라’였던가.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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