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골프를 화제로 미국과 일본 양국간 친밀감을 강조했다. 이날 저녁 도쿄아메리칸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 투어 JAL(일본항공) 프로암 만찬 인사말에서였다.
출전 선수들을 비롯해 양국의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한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먼저 1957년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대통령(아이젠하워)과 워싱턴 교외의 골프장에서 했던 골프 라운딩을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조부는 퍼팅이 들어가지 않아 분해하는 아아젠하워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며 “그래서 두 사람간의 거리감이 좁혀졌고, 훗날 일ㆍ미 안보조역 개정으로,동맹의 기초를 만드는 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금의 아베 처럼 일본의 군비 강화론자였던 기시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해 양국이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자는 ‘미일 신시대’를 주장했고, 이는 추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의 계기가 됐다.
PGA행사서 "트럼프와의 승부 결과는 국가기밀"
외조부 기시 60년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라운딩
당시 기시 "이 샷에 일본의 명예 걸렸다"고 긴장
아베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 대사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양국관계이자 동맹관계인 일본과 미국간 관계를 만드는데 골프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골프 사랑’은 유명하다.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지지율 저하로 이번 여름 휴가때는 이례적으로 골프채를 잡지 않았지만 그동안은 휴가때마다 야마나시현의 별장에서 지내며 4~5차례 라운딩을 했다. 2013년 휴가때는 도호쿠 지방에서 호우피해로 5명이 사망ㆍ실종된 상황에서도 라운딩을 강행할 정도였다. 그가 항상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골프 스코어는 보통은 90대, 잘 맞는 날은 80대 후반이라고 한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