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3일 공개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모습.[조선중앙TV=연합뉴스]
중대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김정은을 비롯한 상무위원 5명은 국제 정치 정세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를 평가하고 핵무기연구소의 보고를 들은 뒤 6차 핵실험 문제를 토의했다. 이들은 이어 “국가 핵무력 완성에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핵실험을 결정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명령서에 “승인한다. 9월 3일 낮 12시(한국시간 낮 12시30분)에 단행한다”고 쓴 뒤 서명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6차 핵실험 결정 과정의 전말이다. 이미 이날 일찍부터 핵실험의 조짐은 보였다. 노동신문은 이날자로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에서 ICBM에 장착할 수소탄을 둘러보는 장면을 공개했다.
‘건들면 찌른다’ 김정일의 전략 변경
미사일·핵무기 동시 개발하며 돌진
핵실험 직전에 상무위 긴급 소집
3시간 뒤 언론에 “수소탄 성공”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쓴 군수공업부의 문건에는 “9월 3일날 12시에 단행한다”는 핵실험 지시가 담겼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정부 당국은 최근 미사일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던 김정은이 핵으로 방점을 옮긴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과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씩 쐈다. 장거리 미사일을 백화점식으로 선보이며 군사적 위협 수준을 높이더니 곧바로 핵 소형화 완성 과정으로 여겨지던 6차 핵실험까지 간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과 미국의 대화 기류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지 않자 김정은이 한발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수법이 먹혀 들어가지 않자 한·미가 사실상 북핵 개발의 금지선(레드라인)의 하나로 간주한 핵실험 버튼을 눌렀다는 얘기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 소식을 전하면서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는 개념도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화성-14형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급이다.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핵실험을 단행한 건 대화와 핵무장력 완성을 별도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건들면 찌른다’는 ‘고슴도치론’으로 핵 개발을 정당화했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을 동시에 하면서 적을 향해 돌진하며 공격하는 고슴도치로 전략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기존 대북제재 철회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 등을 요구했지만 핵무기를 완성한 뒤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철수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강경 사이를 오가는 발언을 이어가자 김정은이 핵실험으로 옥죄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핵실험으로 한·미·일 공조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