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에 어울리는 성격의 연주자가 아니라서인지 대회 내내 정말 많이 떨었다.” 수상 직후 원재연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내 자신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지만 콩쿠르 무대는 아주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평하듯 개성이 강한 연주자다. 기존의 스타일을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생각을 강하게 드러낸다. 지난달 22일부터 볼차노에서 열린 네번의 무대에서 원재연은 아이디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스타일로 연주를 계속했다. 한 심사위원은 “그의 해석에 대해 호불호가 정확히 갈렸다”고 귀띔했다. 원재연이 “콩쿠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말하는 이유다. 그는 “어려서부터 다른 면에서는 모범생이었는데 유독 음악에 있어서는 고집이 셌다. 한국에서 배웠더 강충모 선생님에게도 많이 혼났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희열을 느낀다"
뚜렷한 개성으로 음악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원재연
1일 이탈리아 볼차노의 부조니 콩쿠르에서 2위
1일 결선 무대에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원재연. 61회째인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함께 청중상도 받았다. [사진 부조니 국제 콩쿠르]
그는 “콩쿠르에 그만 나오기 위해서 콩쿠르를 잘 해야 하는 모순이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또 “무엇보다 청중이 내 연주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연주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종 결선 무대에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할 땐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는 부분과 음악적으로 노래하는 부분을 대비시키며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청중상을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니스트 강충모에게 배운 원재연은 라이프치히ㆍ잘츠부르크를 거쳐 현재 쾰른 음대에서 클라우디오 마르티네즈 메너와 공부 중이다. 그는 “단지 피아노를 잘 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 ‘이 음악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청중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음악 뿐 아니라 전 분야의 예술에 통달한 예술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1일 시상식에서 2위와 청중상을 함께 받는 원재연 피아니스트. 김호정 기자
볼차노(이탈리아)=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