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은하계엔 무슨 일이?
원작의 동명 에피소드를 차용한 ‘발레리안’은 일단 심각하지 않다. 지구를 구하는 수퍼 히어로로 무장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타 종족을 대하는 인간의 양심, 그리고 명량하고 쾌활한 20대 커플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출중한 바람둥이 발레리안과 도도한 로렐린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사랑이 청춘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베송 감독의 말처럼, ‘발레리안’은 SF 판타지의 외피를 두른 청춘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순수하고 낭만적인 한편 다소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 ‘발레리안’은 그 경계에 있다.
환상적이고 동화같은 비주얼
진정한 신스틸러는 자유자재로 겉모습을 바꾸는 버블(리한나). 가수 리한나가 직접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극중 발레리안처럼 넋을 놓고 보기 충분하다. 베송 감독은 혁신적인 비주얼을 구현하려 3년간 비주얼 아티스트와 머리를 맞댔고 웨타 디지털, ILM, 로데오 FX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시각 특수효과 회사와 손잡았다. 사실 보기에 따라서 진주족은 ‘아바타’의 나비족을, 버블은 ‘엑스맨’ 시리즈(2000~)의 미스틱을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발레리안’의 비주얼엔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수놓은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두 젊은 배우의 시너지
극중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데인 드한과 카라 델레바인은 영화에 젊은 활력을 불어 넣는다. 드한은 퇴폐적이고 음울한 이미지를 벗고, 발랄하고 허세 가득한 발레리안을 맞춤하게 연기한다. 날카롭고 똑 부러지는 매력의 델레바인도 마찬가지. 여러 의미에서 팬들을 놀라게 한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인챈트리스는 잊어도 좋을 것 같다. 두 배우 모두 차세대 스타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예쁘고 잘생긴 청춘남녀의 모습 자체가 훈훈하다. 무게감 있는 중년의 스타 배우가 우주를 종횡무진하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랄까. 베송 감독은 둘을 봤을 때 “‘레옹’의 장 르노와 나탈리 포트먼을 처음 본 느낌이었다”고 말했을 정도. 참고로, 이들을 돕는 대원 네자 역은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 우가 맡았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