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는 25일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것을 기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게 89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중 73억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회삿돈으로 독일에 있는 최씨를 지원했다며 이 부회장의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인정했다.
법원, 이재용 부회장 징역 5년형
명시적 청탁 인정 않고도 뇌물죄
재판부 “묵시적 청탁은 있었다”
변호인 “항소심서 무죄 선고될 것”
재계 “정권 요구 거부 힘든 게 현실
한국 기업 대외 이미지 타격 우려”
국내 최대 기업 총수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대신해왔기 때문이다. 재계는 판결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여러 대기업 총수가 증언했 듯이 정치권이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부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정치적 사건으로 한국 대표 기업의 총수가 범죄자가 되면서 당사자인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의 대외 이미지까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유죄 선고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 부회장의 소식을 ‘긴급’으로 송고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인정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집단인 삼성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태희·김승현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