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경 미술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미술 면에서 ‘군함도’가 특별했던 점이 있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영화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군함도’는 비극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 않나. 미술적으로 욕심을 부리기보다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최대한 군함도에 가깝게, 군함도가 가진 기형적인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군함도
“처음부터 류 감독님은 실제 군함도 같은 세트에서 촬영하길 원했다. 배우들이 공간이 주는 기운을 느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 내 생각도 같았다. 공간의 느낌이 배우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시나리오에 텍스트로 존재했던 공간이 눈앞에 있고, 그 안에서 연기하면 더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으니까.”
-‘군함도’ 세트가 아직 남아있나?
“완벽하게 없어졌다(웃음). 철거하는 순간엔 시원섭섭한데 솔직히 시원함이 더 크다. 다 끝난 거니까.”
군함도
“영화를 길게 오래 했으면 좋겠다. 여러 분야에 장인이 존재하듯이 영화 쪽에도 그런 장인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영화 미술을 그만두기 전에 SF 장르를 해보는 게 꿈이다. 어릴 때부터 ‘에이리언’ 시리즈(1979~), ‘블레이드 러너’(1982, 리들리 스콧 감독)를 보면서 ‘저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차기작은.
“조선판 좀비 드라마 ‘킹덤’의 미술을 담당하게 됐다. 김은희 작가님과 김성훈 감독님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다. 조선이 배경이라 헌팅 때문에 조만간 지방에 내려갈 것 같다.”
주요 필모그래피
‘터널’(2016, 김성훈 감독)
‘곡성(哭聲)’(2016, 나홍진 감독)
‘7번방의 선물’(2013, 이환경 감독)
‘황해’(2010, 나홍진 감독)
‘해바라기’(2006, 강석범 감독)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정경애(STUDIO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