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군은 5일 동해안에서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사격에는 한국군의 현무-2A와 주한미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두 미사일은 동시에 발사돼 목표를 명중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사격 목표가 ‘북한의 미사일’이 아니라 ‘적 지도부’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참수작전도 불사하겠다는 한·미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미국에 먼저 훈련 제안
현무-2A는 사거리 300㎞ 국산
에이태킴스, 축구장 4개 면적 파괴
미, 한반도에 전력 증강 나설 듯
이날 훈련은 문 대통령이 미국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어제(4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이행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의용 안보실장은 4일 오후 9시쯤 미국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통화했고,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국방부가 훈련의 필요성을 보고했다고 한다. 한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군사계획을 마련했다”며 “이번에 (하겠다고) 계획보고했고 양국 통수체계에서 승인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화성-14형이 사실상 ICBM이라고 결론을 내린 뒤 이에 대한 범정부 대책을 논의했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침착한 대응(measured response)’ 조치를 승인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침착한 대응’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반도에 전략 자산과 증원 전력을 보내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가장 먼저 도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 중인 항모는 니미츠함(CVN 68)과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다. 니미츠함은 괌 인근 해역에 있으며, 로널드 레이건함은 적도를 넘어 남하 중이다. 김진형 전 전략기획부장은 “항모가 괌에서부터 전속력으로 항해한다면 사흘 안에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미국은 먼저 무력시위와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 등 군사작전은 가장 나중에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재·허진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