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폐지 이후 개천의 용 키우려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던 당시 조용호 재판관이 낸 반대의견이다. 비록 헌재의 다수의견(5명)은 합헌을 지지했지만 조 재판관 등 4명은 소수의견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법조인이 될 대안을 만들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로스쿨 등록금 더 낮추거나
야간·방통대 과정 개설안 검토
통폐합 통한 정원 조정이 걸림돌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로스쿨 등록금을 낮추거나 야간대학·방송통신대학에 로스쿨 과정을 개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원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기존에 설치된 로스쿨을 통폐합해 정원을 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대는 보다 적극적으로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온라인 로스쿨 설립 준비단 활동 결과 보고’ 간담회에서 등록금을 기존 로스쿨에 비해 5분의 1로 낮춘 로스쿨 설립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방통대 관계자는 “법적·제도적 장치만 마련된다면 온라인 로스쿨을 바로 설치할 수 있게 준비하는 중이다. 설립 방안 관련 보고서를 정당에 제출했으며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법조인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논의가 나온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흙수저에게 기회를’이란 글을 게시했다. 이날은 마지막 사시 2차 시험이 치러진 다음 날이었다. 그는 “로스쿨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비싼 학비와 불투명한 입학 전형 등으로 인해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이로 인해 흙수저 출신의 법조계 진입 통로는 한층 좁아졌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통신 로스쿨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생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없다. 로스쿨 정원을 조정하는 문제는 일단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후 법무부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