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석방돼 13일 고향 미국 신시내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19일(현지시간) 웜비어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향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 병원에서 치료 받아온 웜비어가 이날 오후 2시20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아들이 북한에서 받은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학대로 인해 오늘의 슬픈 결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밝혀 웜비어의 사망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웜비어는 지난 13일 신시내티에 도착했으며 의료진은 15일 그가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라면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임을 밝혔다.
지난해 2월 29일 기자회견 중인 웜비어.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범죄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웜비어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법이나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정권의 손아귀에 무고한 인간이 희생되는 것을 막겠다는 우리 정부의 결의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동시에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다시금 규탄한다”며 북한 책임론을 강한 어조로 명시했다.
18개월 간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귀환, 6일 만에 숨져
유가족 "아들, 북한에서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학대 받아"
트럼프 "잔혹한 정권에 희생" 매케인 "김정은 정권이 살인"
대북 강경파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즉각 “사실대로 직설하자. 미국 시민 오토 웜비어가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murdered)”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웜비어의 석방에 노력해온 로브 포트먼 상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웜비어는 유망하고 친절하고 뛰어난 청년이었다”면서 “비범한 청년을 잃게 된 비극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AP통신, CNN 등 외신은 웜비어의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웜비어, 북한에서 심한 구타 당해”
이에 따라 웜비어가 북한에 있을 동안 심한 구타나 고문을 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 매체인 복스는 “북한이 웜비어를 고문했는가”라는 기사에서 과거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로버트 박이 고문을 당한 전례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5일 “웜비어가 구금돼 있는 동안 잔혹한 구타를 당한 바 있다”는 미 고위 관료의 말을 보도한 바 있어 웜비어 사인 규명을 둘러싼 북·미 간 공방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