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무비 | 선댄스 대상받은 역대급 성장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입력 2017.06.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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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히든 무비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감독 토드 솔론즈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88분 등급 15세 관람가 제작연도 1995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10대 시절 사는 게 너무 고달플 때마다 꺼내보던 세상 울적한 성장영화다.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새빨간 배경에 유괴범 편지마냥 잡지에서 알파벳을 오려붙인 제목이 달콤하기는커녕 수상쩍어 보였다. 그 아래, 지나치게 차려입은 꽉 끼는 옷차림이 불편한 듯 어정쩡하게 앉은 소녀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돈 위너(헤더 마타라쪼). 천사처럼 예쁜 여동생과 모범생 오빠 사이에서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아 괴로운 둘째이자, 학교에선 ‘왕따’ 신세인 이 아이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다. 
 
돈은 막 첫사랑에 눈뜬 참이다. 요즘 부쩍 자주 만나는 같은 반 브랜든(브랜든 색스톤 주니어) 아니냐고? 무슨 소리. 브랜든은, 시험시간 자기가 컨닝하는 걸 돈이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돈을 강간하겠다고 협박이나 하는 불량배일 뿐이다. 돈의 순정을 사로잡은 ‘왕자님’은 오빠의 밴드에 합류한 바람둥이 고등학생 스티브(에릭 마비우스)다. 그러나 스티브마저 여동생을 더 귀여워하자 질투에 사로잡힌 돈. 어느 날 눈엣가시 같던 여동생이 실종된다.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 사랑하는 데도 서툴렀던 미운 오리 새끼의 이야기랄까. 이렇게까지 고달픈 사춘기를 거친 돈이 영화 말미 얻은 게 드라마틱한 밝은 미래가 아닌 삶을 조금은 더 잘 ‘버티게’ 된 자기 자신이어서 좋았다. ‘미국에서 가장 다크한 영화감독’ 토드 솔론즈에게 199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안긴 출세작이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TIP 이 영화로 데뷔한 헤더 마타라쪼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2001~2004, 게리 마샬 감독)에서 앤 헤서웨이의 단짝 친구로 등장하기도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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