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단순치 않다. 웜비어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조셉 윤 대표 평양 급파
작년 1월 체포된 대학생 웜비어
혼수상태에 빠진 채로 풀려나
앞으로 건강 상태 더 악화될 경우
북·미관계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왼쪽)가 13일(현지시간) 신시내티 렁큰공항에 도착해 의료진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코에 튜브를 꽂고 있는 모습의 웜비어는 혼수상태였다. [AP=연합뉴스]
이 보고를 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의 상태가 나쁘다면 바로 데려오라”는 지시와 함께 윤 특별대표를 평양에 급파했다. 12일 의료진 2명과 함께 북한에 들어간 윤 특별대표는 13일 웜비어와 함께 평양을 출발해 웜비어의 고향인 신시내티에 도착했다. 문제는 웜비어의 상태였다. 들것에 실린 웜비어는 머리를 완전히 밀고, 코에 튜브를 꽂은 상태였다. 그는 대기하던 앰뷸런스를 타고 신시내티대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건강하던 20대 청년이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과 관련해 북한 관리들은 지난해 3월 재판을 받은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돼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정보 보고를 미 행정부가 최근 입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웜비어의 상태가 북·미 관계에 몰고 올 파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그가 혼수상태에 빠져 매우 슬프다. 웜비어 가족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웜비어의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할 경우 북·미 관계는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억압적이고 비인도적인 측면이 다시 확인됐고, 북·미 관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9~30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얼마나 강경한 대북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웜비어가 무사히 회복될 경우 이런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의 인도주의적인 석방 조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가동된 뉴욕 채널이 북·미 간 대화 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웜비어가 석방된 직후 성명을 내고 “아직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해 북 측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