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현 기자의 훔치고 싶은 미장센
'연연풍진' 스틸
그래서 이 장면(사진)은 아주 예외적이다. 완은 대만 징병제에 따라 입대한다. “여자 친구한테 두 달 째 편지가 오지 않는다”는 동료 병사의 말. 이윽고 카메라는 완의 얼굴에 집중한다. 멍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다 내무반에 들어와 심드렁하게 눕는 완. 내레이션으로 후엔의 동생이 누나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편지 내용이 들린다. 끝내 완은 눈물을 터뜨린다. 울음은 거세진다. 보는 이의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 아마 허우 감독의 영화 중 이토록 격정적인 장면은 잘 없을 것이다. 조금 잔인하게도 느껴진다. 가난한 시골 마을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간, 그 속의 사랑이 깃든 모든 삶은 멀리서 보여 주다 유독 사랑을 상실한 슬픔만을 가까이서 보여주다니. 곧바로 이어지는 숏은 석양을 머금은 산의 전경이다.
허우 감독이 그리는 세계는 이토록 무심하다. 거센 슬픔을 담은 클로즈업 후 전경 숏, 이 기묘한 숏의 배치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찢어지도록 아픈 소년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연과 세상은 전과 다르지 않게 존재한다고. 이 영화는 허우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알려져 있다. 30여년 전 그는 슬픔으로 뒤엉킨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반추했다. 바람 속에 먼지 같은 것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