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입다 쓰러져서…" 환자복 입고 나타난 김기춘 "심장 언제 멎을지 몰라"

중앙일보

입력 2017.06.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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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환자용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타나 "심장이 멎을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 구속된 김 전 실장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실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24차 공판에 하늘색 바탕에 푸른색 세로줄무늬가 있는 환자복 차림으로 나왔다. 그는 지금까지 특검 소환 조사와 23차례에 걸친 법원 재판에 모두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4개월 넘게 고집해온 정장 대신 수의 입고 "심장 뛰고는 있지만 불안" 하소연

김 전 실장은 "따로 치료를 받고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저는 복약을 하고 운동을 많이 해야된다"며 자신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심장은 뛰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지만 가끔 흉통이 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이놈(심장)이 멎을 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기 때문에 한 번 밖에 나가서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이 "정밀검진을 또 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그런데 아직 안 데리고 갔다"며 호소를 이어갔다. 그는 "제가 지금 환자 복장이다"고 한 뒤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늘 사복을 입었는데 갈아입는 것이 기력이 없다 보니 바지 같은 것을 입다가 쓰러지고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그냥 환자복 차림 그대로 나왔다는 주장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됐으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 신청서를 냈다. 보석 심사를 앞두고 재판부에 '옷도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며 하소연에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측의 의견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의견을 모두 들어본 뒤 보석을 허가할지 결정하게 된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서울교대 교수로 있는 송 전 수석이 강의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아 15분만에 오전 재판이 끝났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블랙리스트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014년 하반기에 교문수석을 맡았던 인물이다. 송 전 수석은 '교문수석으로 3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았고 이미 특검에서 13시간 조사를 받았다'며 출석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송 전 수석의 출석 의사를 다시 확인해 본 후 구인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