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폭탄테러 직후 부상을 입은 10대 소녀가 경찰들의 부축을 받으며 공연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로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위터 캡처]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미국의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발은 공연이 마무리된 뒤 벌어졌다. 가수가 무대를 떠나고 조명이 켜지면서 분홍색 풍선이 천장에서 내려올 때였다. 공연장을 떠날 채비를 하던 관객들은 엄청난 폭발음에 패닉에 빠졌다.
22명 숨진 맨체스터 콘서트 테러
2달 전 런던 차량돌진 테러에 이어
무방비 민간인 표적되자 영국 패닉
8세 소녀 숨지고, 어린이 12명 중상
공연했던 미국 팝가수 그란데
트위터에 “가슴이 찢어졌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자녀의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며 콘서트장 안팎을 뛰어다녔다. 공연장에 아내와 딸을 데리러 갔던 앤디 홀리는 BBC에 “건물이 흔들릴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으며, 폭발 직후 내 몸이 10m 쯤 날아간 것 같다. 몸을 일으켰더니 사람들이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사망자 중엔 8살 소녀도 있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어린이도 12명에 이른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테러 용의자는 남성 1명으로 현장에서 폭탄을 터뜨린 뒤 사망했다”고 밝혔다.
테러가 발생한 공연장 인근의 대형 광고판에 영국 국기와 ‘맨체스터를 위해 기도를(Pray for Manchester)’ 문구가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뒤이은 테러들도 공공장소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엔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세 차례에 걸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었다.
지난해 7월엔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화물차가 산책로의 군중을 향해 돌진해 88명이 사망하고 434명이 다쳤다. 12월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철근을 실은 19t 트럭이 쇼핑객을 덮쳐 12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다. 둘 다 IS가 배후를 자처한 테러였다. 지난 3월 런던 의사당 테러에서도 테러범은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 "올 여름 유럽 테러 기승” 여행주의보
연이은 ‘소프트 타킷’ 테러에 공항·쇼핑몰·지하철 등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경계는 강화된 지 오래다. 공연장 입구에서 일어난 이번 테러도 보안 검색 때문에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테러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피해 규모와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침 이번 사건은 올 여름 유럽에서 테러가 기승할 것이라는 미국 국무부의 경고에 이어 발생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무부는 이달 초 유럽의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자국민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IS·알카에다와 연계한 테러단체들이 유럽에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며 “여름에 열리는 주요 행사를 겨냥한 테러를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여행주의보는 9월 1일까지 유효하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번 사고 후 트위터를 통해 “가슴이 찢어졌다. 진심으로 정말 정말 애석하다. 도저히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트위터 캡처]
홍주희·백민정 기자 honghong@joongang.co.kr